시작은 옵시디언과의 사투였다
스폰지 클럽 1기에 합류했다. 7주짜리 클로드 코드 부트캠프이고, 첫 주는 솔직히 도구와 싸우다 끝난 느낌이었다. 옵시디언을 깔고, 깃허브에 브랜치를 따고, PR을 올리고, 머지하는 흐름을 하루 안에 압축해서 통과해야 했다. 모든 용어가 영어처럼 느껴졌고, 화면 어딘가에서 빨간 글자가 뜰 때마다 잠시 손이 멈췄다.
그런데 1주차가 끝난 지금 돌아보면, 내가 배운 건 옵시디언 사용법이나 깃 명령어가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는 방식 자체가 한 칸 옮겨졌다.
”이해하고 시작” → “시작하면서 이해”
원래 나는 새로운 도구를 만나면 일단 문서부터 읽었다. 어디까지가 되는 도구인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를 한참 살펴본 다음에야 손을 댔다. 25년쯤 그렇게 일해 왔다.
스폰지 클럽의 운영진들은 정반대를 권했다. 막히면 캡처해서 클로드에게 던져라. 가이드를 따라가지 말고 클로드를 가이드로 써라. 처음에는 무책임하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따라해 보니 이 방식이 훨씬 빨랐다. 내가 모르는 것을 정리해서 묻는 시간보다, 일단 막힌 화면을 그대로 보여 주고 “다음 단계 알려 줘”라고 하는 편이 항상 더 짧았다.
이 작은 차이가 일주일 동안 누적되니, 내가 어떤 사고 회로를 쓰던 사람인지가 거꾸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준비된 다음에 움직이는 사람”이었구나. 그 준비 시간이 실은 두려움을 미루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걸, 도구 하나 바꾸면서 새삼 알게 됐다.
클로드를 “도구”라고 부르는 게 어색해졌다
또 하나 달라진 건 클로드를 부르는 방식이다. 1주차 전까지는 “AI에게 시킨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그 표현이 어색하다. 시키는 게 아니라 같이 정리한다는 감각에 가깝다.
ask_user_question을 쓰면서 그 감각이 분명해졌다. 내가 잘 정의하지 못하는 작업을 만나면 “네가 나한테 객관식으로 물어봐”라고 던진다. 그러면 클로드가 선택지를 만들어 묻고, 나는 답만 한다. 답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저절로 정리된다. 백지 앞에서 프롬프트를 짜내던 습관이 점점 줄어든다.
CLAUDE.md라는 파일도 비슷한 맥락이다. 클로드가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는지를 적어 두는 규칙 파일인데, 결국 내가 일을 어떻게 시키고 싶은지를 내 손으로 명문화하는 과정이다. 파일 하나를 깎아갈수록 내 작업 스타일도 같이 또렷해진다. 25년 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내 일하는 방식”이 처음으로 외부로 빠져나와 글로 남는 느낌이었다.
1주차의 가장 큰 수확
기능적으로 새로 배운 것도 많다. 데스크탑 앱과 터미널의 차이, 폴더 단위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감각, 노트북LM에 클로드 답변을 다시 넣어 학습 자료로 환원하는 루프 같은 것들. 다음 주에 텔레그램 봇 연동과 캐러셀 OS 제작이 예정되어 있고, 그건 그것대로 기대된다.
그런데 1주차의 가장 큰 수확은 기능이 아니라 태도다. “일단 손을 움직이고, 막히면 옆에 있는 파트너에게 보여 준다.” 이 단순한 루틴이 자리잡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디자인을 하다가 웹으로 넘어왔을 때도 비슷한 시간이 들었던 것 같다. 어떤 분야든 도구 위에 얹히는 태도가 바뀌는 데는 결국 그만큼의 시간이 든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다음 주에 다시 적기로 한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머리가 따라가는 한 주가 어디까지 데려갈지, 기록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