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중반이었다. 이야기가 잠시 채소로 흘렀다. 약을 쳐서 벌레가 없는 곳에서 자라는 채소는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내가 말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그 말을 받았다.

“옛날에 그 얘기 해주신 거 생각나네요.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야 뿌리가 단단해진다고. 그 때 어떤일로 힘들었는데, 그 말이 힘이 되었어요.”

몇 년 전에 내가 건넸던 말이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은 코칭이 끝난 뒤에도 한참 남아 있었다.

내가 만든 앱을 보여주던 날

인테리어 제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와 코칭하던 날이었다. 판매 상품이 설치된 거실 이미지를 생성하는 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지를 만들 때 상품의 형태가 바뀌지 않도록 여러 기능을 넣어 만든 것이었다. 화면을 공유하고 사용법을 하나씩 설명했다. 어디에 무엇을 넣는지, 어떤 순서로 누르는지, 이미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설명을 듣고 있던 대표가 말했다.

“선생님은 같은 시기에 나온 AI를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씁쓸해하는 말투였다. 사용법 설명은 그 뒤로도 이어졌지만, 그 한마디가 남았다.

짐작도 안 되는 단어들

7주간 클로드 코드 워크샵에 참여했다. 줌으로 진행됐고, 참여자들이 자기가 만든 작업물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사람이 여행 스케줄을 짜고 비용을 계산하고 추천 장소까지 제안하는 앱을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어떤 스킬을 썼는지, 어떤 하네스가 필요했는지. 발표하는 사람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스킬. 하네스. 오케스트레이션. 그들 사이에서는 익숙하게 오가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그 단어들의 의미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발표는 계속되는데,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코칭에서 나는 설명하는 사람이었다. 워크샵에서는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시기의 일이다.

일주일 밤낮

워크샵이 끝나고 발표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그들이 만들었다는 OS도 찾아봤다. 다시 봐도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하지도 않은 OS를 직접 만들었다. 상세페이지 링크를 넣으면 그 페이지를 분석해서, 인라인 방식 CSS가 적용된 HTML로 정리해 내놓는 것. 만들어보니 매우 복잡했다. 일주일을 밤낮으로 매달렸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서 하네스는 이해했다. 스킬은 아직이다. 스킬을 이해하려면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하루에 여섯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

거실 이미지 앱 앞에서 씁쓸해하던 대표를 다시 생각한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의 하루에는 직원 관리, 자금 관리, 생산 관리, 마케팅, 재고 관리, 상품 개발이 다 들어 있다. 누구보다 늦게 퇴근한다. 마케팅은 전문용어가 난무해서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나는 일주일을 밤낮으로 매달릴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 일주일이 없다. 매달리지 않는 게 아니라, 매달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야 뿌리가 단단해진다는 말은 전해졌고, 몇 년을 건너 작동했다. 그 말을 건넸던 내가 지금은 누군가에게 바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나도 여전히 바람을 맞는다.

누군가는 그 불편함 덕분에 성장하고, 누군가는 그 불편함 때문에 떠나간다. 떠나가는 사람들의 형편을 안다. 그래서 물음이 남는다. 그들을 절망하게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직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