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자리에서, GA4 화면을 같이 띄워놓고 이벤트 설정을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좌측 메뉴에서 “이벤트”, “전환수”, “관리” 같은 항목들을 하나씩 짚어가다가, 클라이언트가 한참 화면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말한다.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자리가 있다.


GTM 계정을 만들어놓고 아무것도 못 한 채 흘려보낸 시간이 있었다. 쇼핑몰 전환분석을 해야 했고, 그러려면 네이버페이 버튼의 클릭 이벤트를 GTM에서 잡아야 했다. 그 한 줄을 위해 계정을 만들었는데, 그다음에 손이 안 움직였다.

태그, 변수, 트리거. 단어 셋이 머리에서 따로 놀았다. 어떤 게 어떤 걸 부르는 건지, 무엇이 무엇을 담는 그릇인지가 잡히지 않았다. GA4와 GTM이 무슨 관계인지조차 한참 헷갈렸다. 둘 다 구글에서 나왔고, 둘 다 데이터를 다루는 것 같은데,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GA4가 데이터를 모으는 자리이고 GTM이 데이터를 보내는 자리라는 그 한 줄을 정리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두 달이 지나도 클릭 이벤트는 못 만들었다. 화면을 켜고, 좌측 메뉴에서 “태그”, “트리거”, “변수”를 차례로 눌러보다가, 다시 닫았다. 매뉴얼을 펴면 단어들은 이해가 되는데, 그 단어들을 내 화면의 어느 자리에 놓아야 하는지가 따라오지 않았다. 유튜브 강의를 한 시간 보고 나서 GTM 화면을 다시 열어도, 강의에서 봤던 흐름이 내 화면에서는 재현되지 않았다.

이상한 건 그때 내가 별로 답답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일찌감치 결론을 내려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려두면 답답할 게 없다. 못 하는 게 당연해지면, 못 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다른 일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광고 운영도, 상세페이지 작업도, 클라이언트 미팅도 평소처럼 돌아갔다. GTM만 책상 한구석에 미뤄두고 6개월이 지나갔다.


경기도 광주에, 함께 공부하던 모임이 있었다. 20대도 있었고 30대, 40대도 있었고, 나는 50대였다. 새로운 도구가 책상에 올라오면 손이 가장 늦게 움직이는 건 늘 나였다. 다른 사람들이 메뉴를 두세 번 눌러보고 감을 잡는 동안, 나는 매뉴얼 첫 줄부터 다시 읽고 있었다.

일이 있어 그 동네까지 갔다가, 모임 사람들과 카페에 자리를 잡고 같이 앉았다. 네 명이었다. 자작나무가 심겨 있는 카페였다.

노트북을 열어놓고, 막혀 있던 자리를 보여줬다. 네이버페이 버튼을 누르면 그게 잡혀야 하는데, 그 한 줄이 안 되고 있다고. 변수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6개월째 같은 자리에 있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옆에 앉아 있던 30대가 자기 화면을 펼치고 천천히 시작했다. 먼저 클릭이 일어나는 자리를 잡고 — 그러니까 어떤 버튼이 눌리는 순간을 GTM이 감지하게 하고 — 거기서 어떤 정보를 꺼낼 건지를 변수로 정하고, 그 변수를 다른 변수가 다시 받아서, 마지막에 상품 가격을 추출해내는 자리까지. 변수를 여러 개 중첩해서 쌓는 작업이었다. 하나의 변수가 다른 변수의 입력값이 되는 방식.

“여기서 이걸 이렇게 받아오는 거예요. 한번 따라 해보세요.”

말이 짧고 단단했다. 빠르지도 않았다. 한 단계 따라가고, 멈추고, 화면을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내가 잘못 누르면 잘못 누른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어주고, 거기서 다시 갔다. 한숨도 안 쉬었고, “이게 왜 안 되지” 같은 말도 안 했다.

유치원생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하듯이 — 라는 표현이 그날의 결에 가장 가깝다. 내가 한 발을 떼면 그 자리에서 다음 한 발을 가리켜줬다. 길을 자기가 다 가본 사람이었지만, 그 사실을 화면에 올리지 않았다. 자기 속도로 끌고 가지 않고, 내 속도로 같이 걸었다.

그러는 동안 어제까지 따로 놀던 태그·변수·트리거가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변수가 무엇을 담는 그릇인지, 트리거가 언제 작동하는 건지, 태그가 그 모든 걸 어떻게 묶어서 보내는지가 손끝에서 정리됐다. 머리로 이해한 게 아니었다. 옆에서 한 단계씩 따라 걸으니까 그렇게 됐다.


그날 자작나무 카페에서 나오면서 생각한 게 있다.

친절함이 GTM이라는 거대한 벽의 높이를 낮췄다. 원래 높았던 게 아니고, 내가 높다고 단정했던 거였다. 6개월 동안 나는 GTM 앞에 서 있었던 게 아니라,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내 결론 앞에 서 있었다. 결론을 한 번 내려두니까, 그 뒤로는 GTM 매뉴얼도 안 펴게 됐고, 유튜브 강의를 봐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코칭 자리로 돌아온다. 클라이언트가 GA4 이벤트 설정 화면에서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말한다.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 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안다. 6개월 동안 내가 했던 말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려두면 한동안은 마음이 가볍다. 못 하는 게 당연해지니까, 매뉴얼을 안 펴도 되고, 안 풀린다고 화내지 않아도 된다. 책상 한구석에 미뤄두면 된다.

자작나무 카페의 30대가 그때 나에게 해줬던 걸 떠올린다. 그 사람은 한 번도 “이거 쉬워요” 하지 않았다. “왜 이걸 모르세요” 같은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화면을 옆에 펼치고, 클릭 이벤트 잡는 자리를 한 단계씩 같이 짚어줬다. 자기 속도로 끌고 가지 않고, 내 속도로 같이 걸었다. 그게 전부였다.

GA4 화면 앞에서 손을 뗀 클라이언트 옆에서, 나는 그날의 30대처럼 한 단계씩 같이 짚어주고 싶다. “이거 쉬워요” 하지 않고, “왜 이걸 모르세요” 하지 않고.

그 사람의 화면을 그 사람의 속도로 같이 보는 자리에 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