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대전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와 미팅한다.

코칭이 끝나갈 무렵, 대표가 지인 한 사람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소개하면서 걱정을 먼저 했다. “육십인데 직접 배울 생각을 안 하실까봐 염려되네요.” 내 코칭 원칙이 대표가 직접 하는 것임을 아는 사람이라, 그 대목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나는 시골에 살면서 인터넷 마케팅을 코칭한다. 코칭 대상은 쇼핑몰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이다. 소개하고 싶다는 사람은 주방기기를 파는 사람이었다.

소개하는 사람은 남들이 주방기기를 인터넷으로 팔 생각을 안 할 때, 먼저 팔아보겠다고 뛰어든 사람이라고 했다. 추진력이 있고 마음이 열려 있어서, 돈이 얼마가 들어도 배워보라며 직원을 믿고 맡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만, 그 사람은 늘 시키는 쪽이었다고 했다. 시키는 것과 자기 손으로 배우는 것은 다른 일이다. 예순이 되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광고 관리자 화면을 보면서 앉아 있는 모습을, 그 사람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을 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느꼈을 불편함 역시 짐작할 수 있다.

글자 하나 바꾸려 해도 남에게 연락해야 하는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불편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몇 년씩 쌓인다. 쌓이는 동안 본인은 그걸 불편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원래 그런 거라고 여긴다. 원래 그런 거라고 여기는 사이, 자기는 원래 못하는 사람이 된다. 못한다고 여기는 만큼 상상의 폭이 좁아진다.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니, 뭘 시켜야 하는지도 모른다. 결정하는 사람의 상상이 좁으면 회사가 변화 앞에서 멈춘다.

나이가 많으면 직접 못한다는 말을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스스로 정해버리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렇게 정한 사람에게 처음부터 가르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는 속도는 느리고, 모든 것이 낯설다. 그 속도를 이십 대, 삼십 대는 못 견딘다. 같은 걸 세 번 물으면 네 번째부터 표정이 변한다. 표정의 의미를 당사자는 안다. 그래서 묻지 않는다. 묻지 않으니 배울 수 없고, 배울 수 없으니 못하는 사람으로 굳는다.

나도 그렇게 굳어 있던 사람이다.

처음 쇼핑몰을 만들어야 했을 때다. cafe24 솔루션을 열었고, 메인 페이지 디자인에서 멈췄다. html과 css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오십 대였다. 코드는 내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정해놓고 있었다. 주변에 내 나이로 그런 걸 새로 배우는 사람이 없었다. 없으니 나도 못하는 거였다. 그 생각이 콘크리트보다 단단했다.

지금은 안다. html과 css의 문법은 단순하다. 배울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정해놓았을 뿐이다.

코드를 모르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벽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배우겠다는 각오는 없었다. 기대도 없었다. 받아쓰기나 해보자였다. 내가 정말 못하는 건지, 그거나 확인하자는 마음이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코드를 받아썼다. 노트북을 열고 오래 앉아 있었다. 오래 앉아 있었지만 받아쓴 건 얼마 안 됐다. 조금만 써도 뇌가 멈췄다. 강력한 저항의 표시였다. 저항이 약해지면 다시 받아썼다. 그리고 또 다시 멈췄다. 반복하기를 이십여 일. 어느 날 코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드가 전부는 아니었다. 마케팅은 코드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상품 설명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광고를 걸고, 숫자를 읽는다. 낯선 단어들이, 높은 벽들이 그 뒤로도 나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첫 벽을 넘어본 뒤로는 벽 앞에서 예전만큼 오래 멈추지 않았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안 해본 것이라고 고쳐 읽게 되었다.

그 뒤로 다른 삶을 살았다. 코드를 알게 된 것보다, 내가 정해놓은 한계를 한번 넘어봤다는 사실이 나를 다르게 살게 했다.

대표의 지인도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어서기로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대표가 모든 일을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감각은 있어야 한다. 감각이 있어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해봐야만 길러진다.